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미국에서 잘 살아 보고자 하는 가족이민의 수요는 줄고 있지만, 조기유학이 활성화되면서 자녀들의 고등학교, 대학교 유학이 늘어났습니다. 이 때 부모님들이 알아두셔야 할 부분은 미국에서 공부시켜 좋은 대학을 보내면 자녀들이 쉽게 취업하고 원할 경우 미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이 의외로 힘들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희 사무실에 상담하러 오신 한국인들 중 대다수는 순수 이민보다 자녀가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영주권이 없어서 고민하시는 분들입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유학생이 영주권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혼은 계획을 세워서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보다 일반적인 방법은 취업을 한 후 고용주를 통해 영주권을 받는 것입니다. 이 경우 먼저 H1B 비이민 취업비자를 받아 미국에서 취업을 한 후, 향후 고용주를 통해 EB-2 또는 EB-3 (2, 3순위 취업영주권)을 받는 것이 정석입니다. 이론적으로는 H1B를 거치지 않고 곧장 EB-2나 EB-3 영주권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2, 3순위 취업영주권을 신청해서 발급받기까지 2년 가까이 걸리는데, 그때까지 회사가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기다려 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취업비자를 통해 직원을 고용하고, 2-3년 지나면서 그 직원이 마음에 들 경우 EB-2나 EB-3를 통해 영주권을 스폰서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해보신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대로, 졸업 후에 원하는 미국 회사에 취업하여 H1-B를 받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리고 예전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로는,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취업공고에 이미 인터뷰 대상을 미 시민권 및 영주권 소지자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비록 원하는 고용주가 외국인 직원을 대상으로 H1B 비자 스폰서를 해줄 의향이 있다 해도, 연간 6만 5천개 발급으로 제한된 취업비자를 원하는 사람들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이제는 매년 추첨을 통해 비자를 나눠주기 때문입니다. 작년(2016년)의 경우 경쟁률은 3:1 수준이었습니다.
이 때 알아두어야 할 것은 H1B 비자를 신청하려면 본인의 전공과 고용주가 제공하는 포지션이 서로 맞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졸업생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로 취직할 경우에는 H1B 비자 신청자격을 쉽게 충족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대학이라도 인문계 전공자인 경우에는 취업을 원하는 자리와 전공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희 사무실에 찾아오신 케이스 중에는 하버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가 뉴욕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로 입사했지만, 정치외교학과 전공이 은행원이라는 포지션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H1B 신청자격을 채우지 못했던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전공과 포지션이 일치한다 해도, 회사의 규모와 현재 역량에 따라 H1B를 스폰서해 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상담케이스 중에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성장가능성이 큰 스타트업 입사를 희망했으나,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은 H1B를 스폰서해줄 수 없었기 때문에 제2의 페이스북, 제 2의 구글이라는 꿈을 펼칠 기회가 제한되었던 경우가 있습니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을 나왔으니 쉽게 취업비자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이제 더 이상 효과적인 전략이 아닙니다. 실제 상담하시는 한국인들 중 많은 분들이 당사자, 또는 자녀가 일찍 유학하여 좋은 대학을 졸업했으나 막상 취업을 할 때가 되어 영주권이 없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으면서 급히 다른 방법을 알아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막상 졸업을 하고 OPT 신분으로 미국에 남은 채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시작하여 영주권을 받기에는 너무 늦습니다.
정리하면, 이미 대학교 또는 더 일찍 고등학교 때부터 자녀의 미국교육을 지원해 오신 부모님이라면, 여력이 닿는 한 대학 졸업 이전에 영주권 문제를 해결해 줌으로써 자녀의 커리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비록 성실하게 공부하여 실력을 갖춘 학생이라 해도, 학교 전공과 취업을 원하는 분야, 고용주의 사정 및 미국의 경제상황, 취업비자 추첨에 따르는 운까지, 성공적인 미국 취업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력과 운을 모두 갖추어 H1B 취업비자를 받았다 해도, 이후 영주권을 받기 위해 비자를 스폰서 해준 고용주에게 묶여 다른 좋은 기회가 있어도 쉽게 직장을 옮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투자이민의 경우, 투자를 실행하여 영주권 신청을 접수하는 시점에 자녀가 만 21세 미만이면 부모와 함께 동반 자녀로서 영주권 신청이 가능합니다. 그리하여 2-3명의 자녀가 미국유학 중이라면 한 번의 투자로 온 가족이 (또는 어머니와 자녀들만)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녀가 이미 만 21살 이상이라면 부모님의 증여를 통해 자녀 본인을 투자자로 하여 영주권 신청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때는 영주권 취득의 혜택이 형제자매들에까지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현재 투자이민이 가능한 최저 액수가 50만불이기 때문에, 80만불 또는 그 이상으로 최저 투자액이 인상되기 전에, 그리고 자녀가 만 21세가 되기 전에 영주권을 신청하는 것이 투자이민의 효과를 극대화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50만불은 적은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자녀를 유학시키는 모든 부모님들이 교육비 부담에 더해 투자이민까지 감행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여건이 되어 졸업 전에 유학생 자녀의 영주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이는 자녀의 초기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그 동안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한 자녀와 뒷바라지 해온 부모님의 노력의 결실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